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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레진 메갈 사태에서 메갈리아가 차지한 역할, 페미니스트인가 사회악인가?
    드래곤음양사 추천 4/2016.07.24
    레진 메갈 사태로 한창 사회가 떠들썩하다. 페미니즘 뭐시기 하는 소리도 제법 귀에 들린다. 난 페미니즘에 대해 상식 수준밖에 잘 모른다. 아마 대부분은 모를 것이다. 그런데 하나만은 안다. 페미니즘은 이 사건의 본질에서 멀리 동떨어져 있다는 것.

    페미니즘은 이 사건의 진행에 필요한 하나의 소도구일 뿐 이 사건의 중심에 자리해 있지 않다.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어떤 뚜렷한 체제가 사회 내에 암묵적으로 인지되고 있고 그에 반해 개혁의 기치를 들고 일어났다! 이런 거면 또 모르겠다. 그러나 김자연 성우가 복직하고 레진코믹스 작가 측이 옹호를 받더라도 그게 여성의 위상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냥 살던 대로 살 뿐.

    페미니즘? 아마 티셔츠에 쓰여 있던 문구가 개똥 소똥 말똥이였어도 그리고 박지연 성우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자칭 페미니스트들이 아니라 나메크 성인이었어도 아마 일은 그대로 진행되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김자연 성우가 메갈리아를 지지했다는 점이고, 그 이미지가 사회에 비추어지는 모습이다.

    기업은 이익 논리에 따라 움직이고, 메갈리아가 갖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생각하면 기업 입장에서 해고는 당위성을 가진다. 메갈리아가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무슨 비건들의 모임이었어도 사이트 내에서 일베처럼 놀고 그 결과 악명을 떨쳤다면 기업은 해고했을 것이다. 왜? 그녀의 경력이 소비자에게 나쁘게 보일 테니까. 그러니까 페미니스트라 해고한 게 아니다. 메갈리아라 해고한 거다. 정확히는 메갈리아를 후원하는 티셔츠를 입어서 해고한 거지.

    재미있는 것은 '티셔츠를 입어서 해고했다'는 사실에 대해 어떤 프레임을 갖다 대는가에 따라 완벽히 시각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어떻게어떻게 아주 잘 봐주면 그리고 표방하는 바만 보면 메갈리아는 일단은 페미니스트 사이트다.

    그런데 해고 이유가, 겨우 페미니스트를 후원하는 티셔츠 하나 입었다고 해고해?

    서로의 입장이 충돌하는 각축의 장에서, 기업은 위에 설명한 그들의 논리에 따라 계약을 해지한 거지만 성우 측에서는 정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티셔츠 한 장이라니!

    그러니까 페미니즘을 떼야 한다.

    만약 이 일의 초점이 기업 권력이 휘두르는 개인에의 횡포로 이어졌다면 아마 찬반이 갈렸을 것이고 지지 측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나야 별 관심이 없지만 겨우 티셔츠 하나를 입었다고 해지될 수 있다면 ㅡ 그러니까 메갈이든 kkk든 뭐든 간에 그 사람이 어떤 입장을 지지하는가는 개인의 신념일 뿐인데, 계약에 부당하게 작용한다면 이건 불쾌한 일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함부로 짐작키는 어려우나 웹툰 작가들의 의견이 갈리는 이유기도 하다. 일전에 어디 블로그 들어가보니까 무슨 낙인 찍듯 조금이라도 옹호 측에 선 작가는 얘도 쟤도 다 골라서 메갈메갈 왠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던데, 그 수많은 작가들이 다 메갈을 해서 옹호 발언을 한 것 같지는 않다. 스스로도 똑같이 당할 수 있는 일이므로, 메갈을 하면 하는대로 안하면 안하는대로 동종업계(서브컬쳐계라는 점에서) 종사자의 입장이 일정 부분 작용했을 것이다. 뭐 그외에도 친목질이나 군중심리도 작용했겠지.

    어쨌든 간에, 굳이 분리를 해놓았지만 난 '티셔츠를 입어서'와 '메갈리아라서'의 어느 쪽에도 서 있지 않다. 그리고 이 건에서 딱히 두 논점이 명확하게 구분되지도 않는다. 단지 그렇게 초점을 불분명케 하는 '메갈리아=페미니스트'의 지론에 대해서만 간단히 짚어볼 예정이다.

    '메갈리아가 아니었다면'의 가정에 대해서 ㅡ사실 그러면 일이 시작될 이유도 없었겠지만ㅡ 아무튼 그랬다면 사건은 좀더 건전하고 조용하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사건'이 되지 않았을 것 같다. 알든 모르든 성우 하나가 교체된다는데 그게 뭔 일이래?

    그를 둘러싼 담론 역시 티셔츠 하나 때문에 해지된 성우에 대해 좀더 동정적이었을 것이다. 그녀가 제 3 세계를 후원하는 티셔츠를 입었어도 사람들이 그랬을까? 상상하기 어렵다. 문제는 메갈리아로부터 비롯된다. 단지 후원을 표명하는 티셔츠를 입은 것만으로도 해지 사유가 되고 그 명분에 대해 별 의문이 생기지도 않을 뿐더러, 옹호 측조차 '메갈리안'이 아니라 '페미니스트'로 질질 끌어대야 하는 바로 그 사회악적 이미지.

    메갈리아가 실제로 그렇게 나쁜 사이트인가는 문제가 아니다. 관심도 없다. 진짜 페미니스트 천사들의 사이트일지도 모르지. 단지 현재 메갈리아를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바로 그 구린 이미지고, 그들이 강한 응집력을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이와 같은 일은 끊임없이 재발생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번 일은 실제로 김자연 성우가 메갈리안이었으니까 낫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 '메갈리아'를 대입하는 순간 모든 일의 선후가 뒤바뀐다. '아니 왜 여자에 대해 그래요? 빼애액!' 스스로는 정의의 사도라 생각할 테고 실제로 언젠지 모를 시간이 흐른 후에 메갈리안에 대해 옳다고 재판명되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앞일은 언제나 여지를 갖고 있다. 문제는 그들의 이미지 때문에 선 vs 악의 구도가 정립된다는 점, 그리고 이분법적인 시선이 대립 각보다 더 중요한 것을 찾아내는 일은 항상 난해하다.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기에 메갈리아가 존재 자체만으로 페미니스트들을 팀킬한다거나 따위에 대해서는 적지 않겠다. 거기까지 가면 너무 멀리 가는 것 같다. 그러니까 제목의 "페미니스트인가?"에 대해 말줄임표로 대답을 대신하는 셈이다. 단지 양성 평등은 반대 성별을 공격함으로써 이루어야 하는 목표가 아니라, 서로 상동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이해를 확장해나가는 과정 그 자체라고 교과서적인 말만 몇 자 적는다.

    결론은 이렇다.

    메갈리아가 페미니스트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페미니즘에 관심 많은 사람이 알아서 할 일이다. 메갈리아가 사회악'만큼' 나쁜 사이트인지도 메갈리아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알아서 결론지을 일이다. 그러나 메갈리아는 '메갈리아'라는 그 단어 네 글자를 통해 분명하게 사회악으로 작용한다. 마치 레진 메갈 사태가 레진의 탈퇴 사태 및 메갈 지지 작가 리스트 작성으로 이어졌듯이.

    더 이상 페미니즘이니 뭐니 하면서 이상한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의 본질에 페미니즘과 여성권을 끌어들여서 헷갈리게 만들 필요도 없다. 메갈리아와 페미니즘을 벗어난 김자연 성우 자체에 대한 의견과 순수 메갈 종자의 분탕질(?)만이 존중 받을 만하다... 김자연 성우에 대해선 아무런 생각도 갖고 있진 않지만, 외부인 입장에서 볼 때 그녀가 메갈리아를 후원한다는 점이 도리어 그녀에 대한 지지 의견 전체를 싸잡아 역풍으로 만들고 종국엔 여기까지 일이 번졌다는 게 참 재미있고 흥미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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