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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메갈리아는 일베와 동급이다?
    이쿠라 추천 9/2016.11.14
    - 오늘은 왜 또 얼굴을 찌푸리고 있죠?

    - 무슨 블랙홀에 빠진 것 같네요.

    - 네? 그게 무슨 소린가요?

    - 여성의 권리와 생존권에 대해 뭐라 말하기만 하면 돌아오는 건 ‘메갈충’이라는 비난이에요. 김치녀라는 말은 나쁘다. 생리휴가는 보장해 줘야 한다. 데이트폭력은 근절되어야 한다. 여성과 남성의 임금 격차는 사라져야 한다. 이런 건 죄다 당연한 말이잖아요? 근데 무조건 ‘메갈충’이라고 손가락질해요. 심지어 저는 남자인데! 메갈리아 홈페이지도 몇 번 들어가 본 게 전부고 페이스북에 있는 메갈리아 페이지는 가끔 들어가 보는 정도인데! 왜 제가 ‘메갈충’이라 불려야 하죠? 저뿐만 아니라 저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여자든 남자든 ‘메갈충’이라 불리는 걸 피할 수가 없어요.

    - 왜 그런 걸로 고민을 하죠? 무시하세요. 어리석은 인간들이에요. 개중에는 메갈리아와 일간베스트 사이에 등호를 넣고 ‘메갈이나 일베나’ 하며 이죽거리는 인간들도 있죠?

    - 네. 있는 정도가 아니라 너무나 많아요.

    - 저는 메갈리아와 일베를 동급에 두고 보느냐 아니냐를 가지고 인간을 구분해요. 일종의 리트머스 종이죠. 둘을 동급에 두는 사람들은 절대로 상종하지 말 것. 동급에 두지 않는 사람들은 일단 최소한의 상식을 지닌 사람으로 볼 것. 그냥 그렇게 여기면 돼요. 피곤하게 일일이 대응할 필요 없어요. 똥은 치우는 대상이지 설득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니까요.

    - 근데 저도 좀 헷갈리기 시작했어요. 메갈리아와 일베를 동급에 두는 사람들 중에는 웹상에서 악플이나 달고 깽판 치는 양아치들 말고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할 줄 아는 사람들도 많아요. 심지어 ‘진보 정당’ 당원들도 있고요. 그런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메갈리아를 반사회적인 집단이라 단정 짓고 있다면 뭔가 이유가 있지 않겠어요? 배운 사람들이라 해서 언제나 맞는 말만 하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검증해 볼 필요는 있는 것 같아요. 정말 메갈리아와 일베는 다른가요? 그걸 해결하지 않으면 ‘메갈충’이라는 비난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을 것 같아요.

    - 저런. 전혀 쓸데없는 고민을 하고 있군요. 좋아요. 이번 한 번만 말씀드리도록 하죠. 일단 중요한 것은 메갈리아와 일베가 정말 같은가 다른가가 아니라, 대체 그런 비교를 누가 어떤 목적으로 하고 있느냐는 것이에요. 메갈리아와 일베가 같은지 다른지 비교하는 사람들은 누구죠?

    - 음, 글쎄요. 그러고 보니 거기까지는 신경을 못 쓰고 있었네요. 누구였더라...

    - ‘자신은 일베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일단 꼽을 수 있을 거예요. 일베 회원이라면 메갈리아를 낮추기 위해 일베를 갖다 붙이지는 않을 테니까요. 게다가 ‘일베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겠죠. 메갈리아를 낮추기 위해 일베를 갖다 붙이는 것일 테니까요. 그렇다면 메갈리아와 일베를 똑같은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은 메갈리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자 ‘메갈리아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거예요. 그쵸?

    - 네.

    - 그 이야기는 잠시 미루고, 일단 묻죠. 메갈리아가 뭐죠?

    - 네? 인터넷 커뮤니티 아닌가요? 잘 아시면서 왜...

    - 정확히 말하자면 커뮤니티의 ‘이름’이죠. 그러나 이름이 아니기도 해요.

    - 이름이 아니라는 말씀은...?

    - 메갈리아가 ‘메르스 갤러리’와 ‘이갈리아의 딸들’의 합성어인 건 알죠? 전자는 작년 메르스 사태 때 생겨난 인터넷 커뮤니티의 이름이고, 후자는 유명한 여성주의 소설의 이름이죠. 메갈리아라는 커뮤니티의 홈페이지가 처음 생겨났을 때 메갈리아는 커뮤니티의 이름에 불과했어요. 그러나 메갈리아 커뮤니티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수다나 떠는 공간이 아니었어요. 커뮤니티 회원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한국 사회의 여성혐오와 가부장제를 타파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였죠. 무엇 무엇이 있었는지 기억하고 있죠?

    - 그럼요. 포스트잇 프로젝트도 있었고. 소라넷이 폐쇄되기까지 가장 큰 역할을 하기도 했죠. 미러링이라는 자극적인 방식을 유행시키기도 했고요.

    - 그런 것들도 있지만 메갈리아의 가장 큰 기여는, 여성들에게 ‘당신이 예민한 것이 아니라 가부장적 사회가 잘못된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줬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메갈리아 덕분에 수많은 여성들이 가부장제가 씌운 굴레를 깨닫고 거기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시작할 수 있었죠.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은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였어요. 페미니즘이냐 아니냐보다 더 중요했던 건 바로 여성이 자신의 삶에서 주체가 될 수 있느냐 없느냐였으니까요.

    - 그런가요? 하지만 메갈리아 커뮤니티에서 나온 목소리들은 대부분 페미니즘적인 가치와 연결되지 않았던가요?

    - 물론 그랬죠. 그러나 페미니즘이라는 사상 또는 철학과 인터넷 커뮤니티는 단순히 비교하기엔 서로 존재하는 영역이 달라요. 게다가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생각과 고민은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죠. 메갈리아 이용자라고 해서 똑같은 틀로 찍어낸 국화빵 취급을 하는 건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아요. 게다가 페미니즘조차 수많은 갈래의 이론들로 채워져 있는데, 마찬가지로 수많은 생각들이 들끓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페미니즘과 연결 짓는 건 어불성설이죠. 메갈리아가 곧 페미니즘이라 말하는 것보다는 메갈리아 이용자들의 주장과 페미니즘은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거예요. 그 공통분모는 물론 여성혐오와 가부장제 타파이고요.

    - 그렇군요.

    - 메갈리아 커뮤니티는 이제 사람들이 그리 많이 찾지 않아요. 죽은 거나 마찬가지죠. 대신 이런저런 다른 커뮤니티로 분화되고 있어요. ‘메갈리아’라는 이름은 일종의 ‘브랜드’가 되어 지금까지도 쓰이고 있는 거죠. 고유명사가 아니라 일반명사로 되어 가고 있다는 거예요.

    - 네? 그건 좀 이해가 안 되는데요? 메갈리아면 메갈리아지 그게 왜 일반명사가 돼야 하나요?

    - 돼야 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고 있다는 거예요. 생각해 보세요. ‘민주’나 ‘통일’, ‘국민’, ‘한국’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정당들이 해방 이후 지금까지 얼마나 많았나요? 그런 말들은 죄다 일반명사들이지 특정 이념을 따르는 정당만이 쓸 수 있는 고유명사가 아니에요. 예를 들어, 안철수 전 대표의 ‘국민의당’과 정주영 전 현대 회장의 ‘통일국민당’은 똑같이 ‘국민’이 들어가니 당론도 동일한가요? 전두환의 ‘민주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 혹은 ‘정의당’과 각각 이름이 비슷하니 정책도 비슷할까요? 전혀 아니죠. 메갈리아라는 이름을 쓴다고 해서 모두가 똑같은 생각과 고민을 지녀야 할 필요는 없어요.

    - 그렇군요. 굉장히 짧은 시간 안에 ‘브랜드’가 된 경우로군요.

    - 그래요. 아마 분화된 커뮤니티들은 메갈리아라는 이름이 갖는 상징성을 각자 계승하고픈 마음은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러나 아시다시피 분화된 커뮤니티들의 성향은 다 다르죠. 메갈리아라는 이름은 이제 누가 독점하거나 사유화할 수 없는 이름이 됐어요. 여성혐오와 가부장제를 겨누는 날카로운 칼날을 상징하는 이름이 된 거예요. 마치 ‘민주’나 ‘통일’ 같은 일반명사처럼 말이에요. 여성혐오와 가부장제가 더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된다면 굳이 메갈리아라는 이름을 쓸 필요는 없게 되겠죠.

    - 네, 이제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 이제 아까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 보죠. 메갈리아와 일베를 동급으로 두는 사람들은 ‘자신을 메갈리아와 무관하다고 여기면서 메갈리아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라고 아까 제가 말했었죠? 그럼 그들은 왜 메갈리아를 부정적으로 볼까요?

    - 메갈리아 커뮤니티에서 볼 수 있었던 언어는 일베와 크게 다를 것이 없긴 했어요. 타격 대상이 가부장제였든 여성혐오였든 남성을 향한 혐오 발언은 분명 존재했거든요. ‘한남충’이라는 말도 그렇고. ‘재기해라’는 말은 고 성재기 씨를 직접적으로 욕보이는 표현이기도 했잖아요. 그 밖에 무척 거친 표현들이 너무나도 많아서 이런 언어들을 미러링의 이름으로 허용해도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나중에 다른 커뮤니티로 독립해 나가긴 했지만, 게이를 비하하는 여성들도 있었죠.

    - 우선 메갈리아는 특정 목적을 위해 개설된 커뮤니티가 아니라 여성들의 분노와 울분이 모여 용암처럼 터져 나오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커뮤니티라는 점을 기억해야 해요. 정제된 언어로 표출되는 분노를 본 적 있나요? 화낼 때 점잖고 조신한 말투로 화내는 사람도 있나요? 그럼 그건 ‘인내’지 화가 아니죠. 세상에 누가 일부러 거친 말로 누군가를 물어뜯고 싶겠어요? 분노는 굉장히 독한 감정이라 마음속에 오래 품고 있으면 본인도 힘들어져요. 미러링의 목표가 되는 사람들보다 미러링을 하는 사람들이 더욱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아요. 자신들이 처한 끔찍한 일상을 하나하나 되짚으며 짜는 전략이 바로 미러링이거든요.

    - 하지만 미러링이든 뭐든 꼭 그렇게 독하게 말해야 했을까요? 조금이라도 더 대중적으로 듣기 좋게 말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 좋은 말로 했을 때 들었다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겠죠! 때리지 말라고, 죽이지 말라고 했을 때 안 때리고 안 죽였다면! 차별하지 말라고 했을 때 차별하지 않았다면! 강간하지 말라고 했을 때 하지 않았다면! 몰카 찍지 말라고 했을 때 안 찍었다면! 살려달라고 했을 때 살려줬더라면! 그럼 미러링이든 뭐든 다 때려치우고 남성들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었겠죠. 그런데 좋은 말로 해서는 도무지 들어 처먹질 않는데 어떡하겠어요?

    - 아......

    - 메갈리아의 언어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에요. 한국의 여성주의 운동은 민주화운동의 역사와 늘 함께 있었어요. 단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인 운동 문화에 가려져 있었을 뿐이에요. 한국 사회는 여성들에게 늘 ‘여성다운’ 목소리로 요구사항을 이야기하라 주문했고, 페미니즘도 오직 남성의 입맛에 맞는 언어로 꾸며졌을 때 겨우 중심 의제로 이야기될 수 있었어요. 그러나 한국 사회는 거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죠. 좋은 말로는 지금껏 수도 없이 이야기해 왔어요. 그런데 들어 처먹질 않으니까 어쩔 수 없이 이를 악물고 독하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생각해 보세요. 미러링이라도 하니 비로소 사회적 이슈가 되고 남성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잖아요.

    - 하지만 그래도... 정치적으로 올바른 것을 지향하는 이들의 언어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하다는 모순은 해결되지 않아요. 오히려 정치적 도덕적 순수성을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하지 않았을까요? 긴 시간을 두고 그렇게 싸워야 나중에라도 사람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텐데 말이에요.

    - 아, 그건 간단한 문제예요. 일단 메갈리아라는 커뮤니티에서 나오는 주장들이 ‘여성혐오 및 가부장제 타파’라는 공통분모를 페미니즘과 공유한다는 것에 동의하나요?

    - 네. 동의해요. 그러나 그 방법론에 있어선 의구심이 들어요. 아무리 좋은 주장이라도 그것을 잘못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엔 동의하기 힘들어요.

    - 그럼 묻죠.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쏘아 죽인 안중근은 테러리스트인가요, 독립운동가인가요?

    - 네? 갑자기 그게 웬... 당연히 독립운동가죠.

    - 왜죠? 사람을 죽였잖아요. 살인자 아닌가요?

    - 그건 그렇지만 단순히 개인의 증오 때문에 죄 없는 사람을 죽인 게 아니라 독립운동가로서 조선 민족을 억압하는 일본 제국주의 권력의 하수인을 죽인 거잖아요.

    - 그렇게 생각하는군요. 그럼 다른 걸 묻죠. 무기를 들고 정부와 맞선 1980년 광주 시민군은 폭도들이었나요?

    -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당연히 아니죠. 80년 광주는 학살이었고 민주화운동이었죠.

    - 1987년 6월 항쟁은 어떤가요? 화염병이 난무했고 경찰 버스를 마구 불태웠으며 전투경찰들에 맞서 쇠파이프 들고 싸웠는데, 이거 폭력 사태 아닌가요?

    - 아, 무슨 말씀 하시려는지 알겠어요. 6월 항쟁도 당연히 폭력 사태가 아니죠. 메갈리아의 언어도 마찬가지라는 거죠?

    - 메갈리아 이용자들이 주장하는 것들을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에 비교하려는 게 아니에요. 그것들은 서로 다른 차원에 있는 것들이죠. 다만 메갈리아 이용자들의 독한 언어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수단이 목적의 정당성을 좌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에요. 그러니 여성혐오 및 가부장제 타파가 메갈리아의 언어로 표현되는 것에 거부감을 지니는 것이겠죠. 하지만 폭력적인 억압에 맞서기 위해 민중들이 억압에 준하는 폭력으로 맞섰던 사례는 역사 속에 굉장히 흔해요. 3.1 운동 역시 일제의 시선으로 보면 폭력적 난동으로밖에 안 보였겠죠. 광주 민주화운동과 6월 항쟁 역시 독재 정권의 시선으로 보면 폭동에 불과했을 거예요. 화염병에 쇠파이프에 육탄전에, 정말 ‘폭력’이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3.1 운동이든 광주든 6월 항쟁이든 역사 교과서에서조차 폭동이 아니라 독립운동 또는 민주화운동이라 언급하고 있어요. 이는 목적에 따라서는 ‘목적에 반하는 수단’이 어느 정도 허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해요. 그러니 이토 히로무비를 쏘아 죽인 안중근은 살인자가 아니라 의사라 불릴 수 있는 거예요.

    - 아...

    - 이토 히로부미를 죽인 안중근에게 살인죄를 묻는 건 의미가 없겠죠. 80년 광주에서 공권력에게 총질을 한 사람들과 87년 6월 항쟁 때 길거리에서 화염병을 던지고 쇠파이프를 휘두른 이들에게 폭력 행위의 책임을 묻는 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왜 그때 그렇게 해야 했는가’라고 묻지 말고 ‘왜 그때 그럴 수밖에 없었는가’를 물어야 하죠. 왜냐고요? 그 폭력 행위가 위치한 사회적 맥락이 그 폭력을 깡패들의 폭력과는 전혀 다른 폭력으로 만들기 때문이에요. 안중근의 총질은 일본 야쿠자들의 총질과는 전혀 달라요. 광주 시민군의 총질과 6월 항쟁 참여자의 화염병은 테러범들의 총질과 폭탄과는 전혀 다르죠. 무엇이 다르게 만들까요? 바로 폭력이 위치하는 사회적 맥락이 그렇게 만들어요. 그게 가장 중요해요.

    - 그렇다면 메갈리아 이용자들의 독한 언어 혹은 미러링을 비난하기 전에, 왜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를 먼저 따져 봐야 한다는 건가요?

    - 그렇죠. 민주화운동은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싸움이니 민주주의에 걸맞게 점잖은 말투와 신중한 행동거지로만 해야 할까요? 독립운동은 조선 땅의 평화를 위한 싸움이니 평화라는 가치에 걸맞게 비폭력주의로만 해야 했을까요? 정말 그럴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누구도 피 흘릴 필요가 없고 누구도 고통스러워하지 않아도 됐을 테니까요. 그러나 현실은 골방에 틀어박혀 이래라 저래라 훈수나 둘 줄 아는 인간들이 헤아리기엔 복잡하기 그지없어요. 왜 안중근은 총을 쏠 수밖에 없었죠? 왜 광주 시민군은 동족을 향해 총을 쏠 수밖에 없었을까요? 왜 6월 항쟁 참여자들은 경찰을 향해 쇠파이프를 휘둘렀죠? 이유는 딱 하나예요. 좋은 말로 했을 때 듣지 않았으니까!

    - 앗...!

    - 메갈리아 이용자들의 심정은 적어도 ‘그 지점’에선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예요. 그들은 독립운동을 하자는 것도 아니고 민주화운동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었어요. 그저 여성들이 처한 끔찍한 상황을 조금이라도 개선시켜 보고 싶었을 뿐이었죠. 데이트폭력으로 여성이 사흘에 한 명 꼴로 죽어 나가는 나라. 여성과 남성의 임금 격차가 OECD 회원국 중 1위인 나라.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온갖 범죄의 표적이 되는 나라. 여성으로 태어나면 죽을 때까지 외모 평가에 시달려야 하는 나라. 여성이 결혼과 동시에 시댁의 공짜 노동력으로 동원돼야 하는 나라. 이런 나라를 조금이라도 바꾸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러나 좋은 말로 하니 도무지 들으려 하지 않아요. 남은 방법은 하나죠. 그들의 귓구멍에 폭탄을 들이부어 주는 것!

    - 그러고 보니 메갈리아 이용자들의 미러링이든 독한 언어든 인터넷 커뮤니티라는 선을 넘은 적은 없었던 것 같네요.

    - 당연하죠. 현실 속에서 여성이 남성에게 그런 식으로 발화를 했다면 구타를 당하거나 살해당했겠죠. 그게 바로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과 메갈리아의 ‘폭력’이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에요. 남성의 폭력은 성차별 구조 속에서 굉장히 체계적이고 능률적으로 여성에게 가해져요. 단순히 때리고 죽이는 물리적 폭력뿐만이 아니라 임금 차별이나 유리천장, 성적 대상화, 성희롱 등등 다채로운 방식으로 현실 속에서 구현이 되죠. 그러나 메갈리아 이용자들의 ‘폭력’이라고 해 봤자 컴퓨터를 끄면 사라져 버려요. 남성들의 ‘여성혐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걸쳐 실재하지만 메갈리아 이용자들의 ‘남성혐오’는 오직 웹상에서나 볼 수 있는 허깨비일 뿐이에요. 허깨비를 혐오라 부르는 게 말이 되나요?

    - 물론 말이 안 되죠. 메갈리아 이용자들의 언어가 싫으면 인터넷으로 접속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여성들은 한국 사회의 여성혐오와 가부장제를 날마다 일상 속에서 견뎌야 하니까요. 둘은 무게 자체가 다르죠.

    - 그래요. 따라서 메갈리아의 언어 혹은 미러링에 대해 비난하려면 그 옛날 영국 여성 참정권 운동의 '폭력성'까지 갈 것도 없이 한국의 80년 광주 민주화운동과 87년 6월 항쟁부터 함께 비난해야 마땅한 거예요. 안중근은 살인자라 불러야 하고 말이죠. 그래야 일관성이 있지 않겠어요? 목적이 무엇이든 수단은 언제나 도덕적으로 완벽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일 텐데. 살인과 폭력을 순순히 인정한다면 말이 안 되죠. 게다가 메갈리아 이용자들이 오프라인에서 누구를 때리기라도 했나요? 누굴 죽였나요? 총질을 했나요? 그런 것도 아니에요. 툭하면 경찰서를 들락거리며 비굴한 꼴을 보이거나 마스크 쓰고 나와 집회 현장에서 깽판이나 치는 일베 이용자들과는 전혀 달라요. 세월호 유가족 분들 단식농성하고 있는 곳에 쳐들어와선 치킨이랑 피자 시켜 놓고 처먹었던 거 기억나요? 일베 이용자들이 오프라인에서 저지른 범죄 행위들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어요. 그러나 메갈리아는? 무혐의로 끝났거나 소송이 진행 중인 명예훼손 몇 건이 있을 뿐이에요. 게다가 사실상 메갈리아의 언어에 대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여성들의 목소리를 의도적으로 무시해 온 남성들에게 있어요. 한마디로 자업자득이라 해야겠죠.

    - ......

    - 요컨대 메갈리아를 일베랑 동급에 두는 것은 ‘나는 사회적 맥락이란 것에 관심이 없으며 알고 싶지도 않소’라고 자백하는 꼴이에요. 한국 사회 곳곳에 여성혐오와 가부장제가 얼마나 은밀하게 숨겨져 있는지 전혀 모르는 거죠.

    - 그럼 ‘메갈충’이라는 말은 아무런 정당성도 의미도 담지 않은 일종의 ‘낙인’이라고 해야 되겠네요?

    - 맞아요. ‘낙인찍기’는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을 공격하기 쉽게 만들기 위해 흔히 써먹는 수법이에요. 단어 하나를 선점해 버린 뒤 피해자들을 향해 덮어씌우기만 하면 끝이에요. 누군가에게 낙인을 찍어 ‘괄호’를 치는 순간 그는 공격하기 좋은 표적이 됨과 동시에 주위로부터 완전히 고립되죠. ‘운동권’이라는 낙인 때문에 군사 독재 시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나요? 유서 깊은 ‘빨갱이’라는 낙인 역시 아직까지도 숱한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고 ‘종북’ 역시 매우 효과적인 낙인으로 쓰이고 있어요. 낙인의 특징은 실제로 낙인찍기의 대상으로 언급되는 집단이 정말 존재하긴 하는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도록 만들어 버린다는 거예요. ‘운동권’이라고 한번 낙인을 찍으면 대체 운동권이란 누굴 가리키는지, 운동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차단할 수 있죠. 누군가를 ‘빨갱이’라 부르면 그걸로 충분해요. ‘종북’도 마찬가지고요.

    - 그럼 ‘메갈충도’...?

    - 네. ‘메갈충’도 낙인이에요. 누군가에게 ‘메갈충’이라는 낙인을 찍는 순간 메갈리아라는 커뮤니티에 대한 모든 고민들은 차단되어 버리죠. 누군가가 젠더 이슈에 대해 어떤 발언을 하든 전부 다 ‘메갈충’이라는 낙인 아래 묻히게 되는 거예요. 과연 ‘메갈충’은 누굴 말할까요? 낙인은 그래서 무서워요. 먼저 찍는 사람이 승리하는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잔인한 게임이기도 하고요. ‘메갈충’이라는 낙인을 즐겨 찍고 다니는 사람들도 다 알고 있어요. 일단 낙인을 찍고 나면 모든 논의가 중단되고 조롱과 비난만이 가능해진다는 사실을 말이죠. 그들의 목적은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한낱 조롱거리로 만드는 것일 테니 그 낙인은 매우 효과적으로 작용하겠죠.

    - 이제 좀 정리가 되는 것 같아요. 메갈리아 이용자들에게 왜 그런 식으로 말하느냐고 묻기 전에, 왜 그들이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었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거죠? 그들이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었던 이유는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한국 사회가 자초한 것이고요. ‘메갈충’은 젠더와 관련된 고민들을 은폐하기 위한 ‘낙인’으로 작용하며, 운동에 나선 이들을 고립시키기 위한 ‘낙인찍기’ 수법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것도, 이젠 이해가 가요.

    - 그래요. 메갈리아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커뮤니티라고 해서 언제나 정당하고 옳은 행동만 하는 건 아닐 거예요. 그러나 비판을 하고 싶다면 해당 사안에 대해서 비판하면 되지 ‘메갈충’이라는 낙인을 찍을 필요는 전혀 없어요. 혐오 커뮤니티에 불과한 일베와 비교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고요. 잘 기억하세요. ‘메갈이나 일베나’라는 식으로 이죽거리는 사람과는 웬만해선 말을 섞지 마세요.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아요.

    - 네. 앞으로는 상종도 하지 말아야겠어요.

    - 설득과 논쟁에 오랜 시간을 투자할 만큼 멘탈이 강하다면 한번 도전해 보시는 것도 괜찮아요.

    - 그건 좀...

    - 그럼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를 정리하고서 대화를 마무리하도록 하죠. 메갈리아와 일베를 동급에 두는 사람들은 ‘자신이 메갈리아가 아니라 여기며 메갈리아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아까 제가 말했었죠? 그런 사람들이 메갈리아와 일베를 자꾸 비교하는 이유는 뭘까요?

    - 음, 글쎄요...?

    - 일종의 보호색이나 다름이 없죠! 자신은 일베를 비판할 만큼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드러냄과 동시에 메갈리아마저 비판할 만큼 ‘페미니즘’에도 밝은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거예요. 그러면서 논의에서는 슬쩍 발을 빼죠. 메갈리아나 일베나 둘 다 혐오꾼들이니 더는 상관 않겠다는 거예요. 그런 식으로 젠더 이슈에서 자의로 멀어지는 것이 가능한 존재가 누구겠어요?

    - 아, 혹시...

    - 맞아요. 젠더 이슈를 너무나도 쉽게 남의 일로 여길 수 있는 존재, 가장 첨예한 언어로 여성혐오와 가부장제를 비판하는 메갈리아를 한낱 혐오 커뮤니티에 불과한 일베와 비교하며 정작 자신은 논의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존재, 메갈리아 이용자들이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겪고 있는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간단히 무시해 버릴 수 있는 존재, 여성혐오든 가부장제든 신경 끄고 살아도 일상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존재,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한 존재가 이 세상에 딱 하나 있죠.

    - 남성 젠더죠?

    - 네. 메갈리아와 일베를 동급에 두는 것은 바로 남성 젠더의 보호색이에요. 그래야 남성 젠더로서의 기득권을 한 톨도 잃지 않고 유지할 수 있다는 걸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는 거죠.

    - 왠지 낯선 이야기는 아닌데, 참 씁쓸하네요.


    출처 https://www.facebook.com/femiforeveryone/posts/1022018471180099:0




    데이트 폭력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3/20/2016032000589.html
    유리천장 :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733645.html
    가부장적 사회 : http://tip.daum.net/question/51880472, http://encykorea.aks.ac.kr/Contents/Index?contents_id=E000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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