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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등록일2017.12.07 17:06| 연재시작일2017.01.19

    조회25,613|추천70|선작97|평점비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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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지옥
    김마음 추천 5/2017.04.17
    사랑을 떼어놓고 보면 여자들이 원하는 이성친구, 혹은 남편감의 기본조건은 욕하지 않고, 폭력을 휘두르지 않고, 직업 있고, 정신이 똑바로 박힌, 신체건강한 정도일 것이다. 이 기본조건조차 만족하지 못하는 남자들이 너무나 많다고 여성들은 말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남성들도 많다. 게다가 신체의 결함이나 취업여부에 대해서는 도덕적으로 비난할 것이 못된다. 하지만 직업의 유무, 신체의 결함을 떠나서 정신적으로 구제불능의 쓰레기들이 많다는 사실을, 나는 부정할 수가 없다.

    믿고 상처입고, 믿고 상처입고. 그러다 딱지가 지고 아무런 감각도 느낄 수 없을 지경이 되면 사람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주인공 희민과 지현이 딱 그렇다. 그들의 변화는 타락이지만, 타락이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다. 나도, 그들도 그저 세상을 살아가는 나약한 인간일 뿐이다. 초반 어설프고 바보같은 그녀들의 모습에서 내가 더 화가 났던 건 아마 내 치부를 본 듯한 기분이어서였을 것이다. 나 또한 수많은 실수를 했고, 앞으로도 실수를 해나갈 터이니까.

    상처받기 전에도 주인공 희민은 좋기만 한 사람은 아니다. 교양없는 부모님, 촌스러운 친구들을 깔보고, 자신은 다른 물에서 살아야 한다고 여기는, 결함이 있는 인물이다. 최근에 소설 속 많은 인물들이 이상적인 모습, 혹은 자신이 원하는 모습만을 그려놓고 어설프게 이유를 갖다 붙이는데 반해 이 소설의 작가는 진짜 '인물'을 보여준다. 아니, 삶을 보여준다. 가공의 인물이라는 위화감을 느낄 새 없이 나는 어느새 그녀들의 인생에 빠져있었다.

    다른 주인공인 지현은 허영이 심하고 절제를 익히지 못했는데, 희민이나 지현 둘 다 세상에서 치이며 변질되어간다. 어른스러운 어른이 아니라, 셈에 밝은 어른으로.
    그래서 이 소설을 성장소설이라고 하고 싶다. 그 성장이 바람직하진 않지만 말이다.

    장르문학이냐, 순문학이냐의 구분을 좋아하진 않지만 굳이 따지자면 이 소설은 순문학에 속하지 싶다. 작가는 불쾌하고 혐오스러운 상황에 대한 초보의 대처를 보여주면서 쳐다만 보고 있을 뿐이다. 세상이 그리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기만 하진 않다는 것을 내내 던지면서. 소설은 줄곧 풍겨오는 역한 상황들 속에 치이고 치이는, 현명하지 못한 인간의 절규를 담고 있다. 어릴 적 생각하던 것과는 다른, 호시탐탐 약자를 짓밟으려는 세상에 대한 지탄과, 불완전한 인간에 대한 작가의 통찰이 더없이 예리하게 가슴 속을 난도질한다.

    살다보면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해.'라는 말을 가끔 듣는다. 하지만 희민과 지현의 드라마는 반대로 더없이 현실적이었다.
    나는 불완전한 그녀들에게 꼭 이 한마디를 해주고 싶다.

    너의 속됨을 사하노라.

    조회수 : 1766|추천 5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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